여름철 토종닭 백숙이나 한과, 구절판에 빠지지 않는 감초 역할을....

우리은행 2007/06/26 19:13
은행나무라 하면 어떤 이들은 무슨무슨 산사나 마을 어귀의 신비한 아름드리 나무를 떠올린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수령 천년이 넘었으며, 신라 때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았는데 그것이 은행나무로 자라 올랐다더라’ 하는 식이다.


또 다른 이들은 노란 은행잎이 수북히 떨어져 뒹구는 가로수 길을 연상하기도 한다. 가을날 이파리들마다 투명한 햇살 아래 금박을 입힌 듯 반짝이는 은행 가로수 길을 걷노라면 잠시나마 예술가가 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은행나무가 황금터널을 이루는 영주 부석사 입구 같은 곳에서는 여행객들이 황홀감의 극치를 맛보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우리 나라 가을의 진면목이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많은 충남 보령시에서는 매년 11월이면 은행나무에 관한 이같은 통념을 깨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보령시에서도 청라면은 우리 나라 최대의 은행 주산지이다. 우리 나라 은행의 70%(연간 80t)가 이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술안주로 먹거나 돌솥밥 등에 넣어 이용하는 은행은, 만일 그것이 중국산이 아니라면 거개가 청라면에서 거둔 것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다.


이처럼 은행이 많이 수확되는 곳이다 보니 그곳 은행나무 풍경이 색다른 것은 당연한 이치일 터. 보령 시내를 거쳐 청라면으로 접어들면 가로수로 심긴 은행나무들은 물론이고 산자락이나 집 안마당, 마을회관 앞 등의 은행나무들이 넉넉히 시선의 그물에 건져진다. 눈길 닿는 곳마다 은행나무가 서 있다고 할만큼 많다. 심지어는 논둑, 밭둑에도 은행나무가 조르륵 심어져 늦가을이면 금실, 은실을 풀어놓은 듯 휘황한 빛깔을 뿜어낸다.


청라면 사람들은 매년 늦가을이면 은행을 터느라 바쁘다.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세게 흔들거나 냅다 걷어차면 열매가 후드득 떨어진다. 그것을 주워 팔아 번 돈을 가계에 보태 썼다. 최근에는 중국산이 많이 수입돼 가격이 1kg에 2,000∼3,000원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한때는 1만원을 호가한 적도 있다. 그래서 은행을 팔아 아이들 대학까지 가르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감귤나무가 대학나무로 불렸지만, 이곳에서는 은행나무가 그렇게 불렸다.


팔다가 남은 것은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그곳 아녀자들은 곧잘 은행을 예쁘게 올린 영양돌솥밥을 만들어 가족의 밥상에 올린다. 잔치가 있을 때 직접 딴 은행으로 은행단자를 만들거나 겨우내 은행알을 구워먹었다. 가래나 천식 있는 사람은 영양제겸 약으로 알고 이용했다.


가정집에 따라서 은행가루를 넣은 국수나 수제비를 빚어 먹기도 했고, 은행으로 묵이나 두부를 만들어 즐기기도 했다. 요즘도 은행국수나 은행수제비는 청라면 일부 주민들이 평소 즐기는 음식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은행을 빼 놓고는 주민들의 생활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고장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은행수제비가 얼마나 고소한지 알아요? 끓여서 내놓으면 애들이 서로 먹으려구 야단이에요. 은행국수나 은행냉면도 마찬가지예요. 난 아들 딸을 열이나 뒀는데, 다 그런 거 먹여서 키웠어요.” 청라면 장현리에 사는 이희구 씨(70세)의 말이다.


이씨는 50년째 은행나무를 가꾸고 있다. 하도 많이 번식시켜서 도대체 동네에 모두 몇 그루를 재배하고 있는지 헤아리기 힘들다고 했다. 그의 막내아들 김수한 씨(40세)는 은행면류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주)행림원(041-548-0297) 대표이다.

행림원의 은행냉면, 은행소면, 은행수제비 등은 지난해부터 충남지역 식당을 중심으로 서서히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은행의 독성물질인 청산배당체를 제거해 만들었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즐겨도 탈날 염려가 없다고 한다.


은행냉면은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연한 녹색을 띠고 있어 바라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은행소면은 삶은 후에도 잘 불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 두 제품은 지난 6월 개최된 충청남도 관광상품 공모전에서 특선을 하기도 했다. 은행수제비는 쫄깃쫄깃해 먹을수록 입에 당긴다. 냉면, 소면, 수제비 모두 청라면의 토종 은행으로 만들어 고소한 맛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정력증진과 혈액순환 개선 등의 효과도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청라면에는 자연휴양림이 있는 명대계곡이 있다. 여름에 피서객들이 많이 찾으며, 가을에는 단풍 관광객이나 등산객들이 줄줄이 몰려드는 계곡이다. 그 계곡 입구에 위치한 ‘귀학정사’(041-936-7494)란 음식점에서는 또 다른 은행 관련 음식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은행토종닭이다.


귀학정사는 그곳 토박이인 이상복 씨(50세)가 한옥과 귀틀집을 혼합한 형태로 지은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여름 한철 2,000마리가 소비될 만큼 은행토종닭으로 만든 백숙과 도리탕이 인기를 끈다.
“닭 한 마리로 4인분을 만들어서 3만원씩에 팔아요. 시중 닭 요리보다 비싸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먹어본 이들은 절대 비싸단 말을 안 해요. 집에서 직접 은행을 먹여 키운 닭이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귀학정사에는 토종닭을 방사하는 작은 산이 하나 딸려 있다. 닭들은 은행을 갈아넣은 사료를 먹고 산 속에서 약초나 벌레들을 쪼아먹으며 자란다.


은행토종닭 백숙을 주문해 한 점 입에 넣으니 쫄깃하며 담백한 맛이 미각을 감동시킨다. 일반닭은 가슴살이 퍽퍽하기 마련인데, 그 닭은 제법 부드럽다. 은행을 먹은 탓인지 고기에 노르스름한 빛이 많이 감돈다. 보령시농업기술센터 연구사 8명이 이 닭을 맛보고 향미와 부드러운 정도, 다즙성 등에서 일반닭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은행 본고장이기에 맛볼 수 있는 별미일 것이다.


청라면에서는 이외에도 은행한과란 별미 먹을거리가 나온다. 청라전통한과란 브랜드로 제조되는 이 과자는 청라생활개선회(회장 이순희, 019-435-8486) 회원 8명이 직접 농사지어 거둔 농산물로 만들고 있다. 5%의 은행과 함께 흑임자, 흰깨, 찹쌀, 물엿 등으로 빚어낸다.

소비자들의 건강을 고려해 만드는 기능성 한과이다.
생활개선회 회원들은 지난 1995년부터 한과 사업을 하며 일반한과 외에 호박한과, 쑥한과, 솔잎한과 등을 만들어오다가 지난해부터 은행한과에 손을 대오고 있다. 이 회장은 “어린애를 돌볼 때보다 더한 정성으로 만든다”며 “반드시 우리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쓰기 때문에 재료가 부족하면 아예 만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은행한과는 색상과 디자인에서 세련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맛도 수수팥떡을 먹을 때처럼 텁텁하고 별로 달지도 않다. 그런 면모에서부터 거짓 없는 시골 아낙네들이 모여 만든 참된 식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1kg 상자(1만5,000원)와 1.5kg 상자(3만 5,000원), 2.5kg 대바구니(5만 5,000원) 등 3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보령지역 사람들은 이처럼 토종 은행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일상적으로 먹고 있다. 은행을 단지 구워 먹거나, 돌솥밥 재료로 이용하거나, 약재로 쓰는 정도의 열매로 알았던 이들에게는 이런 음식에 관한 내용이 신선한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다. 토종닭과 냉면, 한과 등으로 변신한 청라면 은행의 예가 다른 임산물, 농산물에도 적절히 원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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